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동법 개정'이 정치권은 물론 재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5일 국민의힘 비대위에 참석해 경제와 사회 분야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며 성역화된 노동법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일각에서는 그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3법'에 동의하면서 불거진 당내외 반발을 잠재우고, 향후 이어질 입법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노동개혁을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중도와 진보로 지지층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카드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재계도 환영하는 눈치다. 지금의 지나치게 경직된 노동법은 기업의 고용과 생산을 위축시킬뿐만 아니라 신규 채용마저 줄이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최저임금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악화된 고용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노동개혁은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노동계가 주요 지지층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노동개혁은 논의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지지층과의 결별'로 이어질 수 있는 금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180석 거대 여당을 상대하는 협상카드로 더할나위 없다는 평가다.

흔들렸던 지도력 회복과 협상 우위까지… 김종인의 '신의 한수'
여당의 공정경제3법 입법에 동의하면서 크게 흔들렸던 김 위원장의 당 지도력은 노동개혁 카드로 단숨에 굳건해졌다.
특히 "노동법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는 4차산업 전환 과정에서 엄청난 마찰이 예상된다"며 "공정경제3법뿐만 아니라 노동관계법도 함께 시정해야 산업 구조를 새로 변환하는데 효율적"이라고 제안한 발언은 '공정경제3법과 노동계혁 연계'로 읽히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노동개혁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추진한 핵심 개혁안이었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폐지됐다. '보수가 어떻게 기업 규제에 동참하느냐'며 강경한 반응을 보였던 당 내 인사들이 '적절한 정치적 카드'라며 엄지를 추켜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아예 주호영 원내대표는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공정경제3법과 노동관계법을 함께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술 더 떠 "공정경제3법을 가급적 이번 정기국회 내에 결론내면 좋겠다"고 못박았다.
현재 민주당도 '정기국회 내 공정경제3법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여기에 노동개혁 연계를 끼어넣으면서 공정경제3법 처리가 불발될 경우 '민주당의 불성실한 협상태도'를 이유로 삼을 수 있는 구실을 만든 셈이다.
국민의힘은 정책위원회 산하에 별도의 테스크포스(TF)를 만들고 노동개혁 관련법 입법에 나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김종인이 그리는 노동개혁의 모습
김 위원장의 노동개혁은 완전 뜬금없는 제안은 아니다. 그는 새누리당 국민행복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2012년에도 대기업 귀족노조들의 '과도한 기득권 지키기' 행태에 대해 비판한 바 있고, 과거 언론과의 언터뷰에서 '기업 투명성만 문제가 아니라 노동개혁도 시급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종인식 노동개혁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독일 총리였던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어젠다 2010'을 주목한다.
슈뢰더 전 총리는 '하르츠 개혁'이라 불리는 노동개혁을 통해 해고를 쉽게 하고, 실업수당 지급 기간을 32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시켰다. 실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도록 유도하고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해 일자리를 꾸준히 만들어 낸 것이다.
그 댓가로 전통적 지지층이었던 노동자의 반발을 샀고, 결국 총선 패배 후 정계를 떠나야 했다. 그러나 이 개혁으로 독일은 다시 유럽의 강자로 재부상했고, 앙겔라 메르켈 정부에서도 그대로 계승되면서 중장기적 효과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동안 발의한 노동개혁안은 '노동시간 연장'과 '노조의 권한 축소'에 방점이 찍혀 있다. 여기에 재계가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 온 '해고 요건 완화'와 '파견 허용 업무 확대' 그리고 '기간제 사용 기간 확대' 등을 감안하며 김종인 표 노동개혁은 '해고와 근로시간 유연화'가 핵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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