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3법과 병든 닭] 우려와 우려와 우려

윤승조 기자 / 기사승인 : 2020-11-09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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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닭 몇마리 몰아내자고 투망을 던지면 그 모든 닭이 어려워지지 않겠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4일 상의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테스크포스(TF) 등과의 릴레이회담에서 던진 말이다.


시장경제를 더 튼튼하게 만든다는 공정경제3법이 오히려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내포된 표현이다. 사실상 재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또한 박 회장은 공정경제3법이 만들어지더라도 현실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특히 각기 다른 상황인 기업의 상황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개정을 막을 수는 없지만 재계의 우려와 의견이 최대한 반영돼 그 강도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속내다 .


민주당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도 20대 국회부터 많의 논의되고 검토된 법이라며 정부안을 원칙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논란의 3%룰과 다중대표소송제… 무엇이 문제인가



재계는 공정경제3법이 통과되면 해외 투기자본이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는 공정경제3법 중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조항'과 관련된 내용이다.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이 3%를 넘더라도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3%의 의결권만 인정토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일반 주주들의 감사위원 선출권을 강화해 그동안 대주주의 거수기 역할에 그쳤던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재계는 외국 투자자본이 이 법을 악용해 자신들의 추천 인사를 감사위원 겸 이사로 선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국내 15대 주요 상장사들은 이 법이 시행되면 최대 13개 회사의 감사위원 겸 이사 자리를 해외 투자자본이 추천한 인사가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여당 일각에서도 공감하고 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의 3%룰은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며 "투기자본으로부터 우리 기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이사의 불법행위로 모회사까지 피해를 입었을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사실상 총수 일가가 그룹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국내 재벌의 특성을 겨냥한 것이다.


재계는 이 법이 주주 보호가 아니라 투기세력을 보호하는 장치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소송이 지나치게 남발되면서 지주회사 체제에 대한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의 우려, 우려, 우려… 정말 그럴까?



재계는 공정경제3법이 기업의 경영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주주 3% 의결권 제한'과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한 걱정이 많다.


그러나 재계의 지나친 몸사리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그동안 한국경제 발전을 이끌어왔다는 명목으로 얇은 규제만을 적용해 왔고, 그만큼 쌓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법을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선 '대주주 3% 의결권 제한'은 그동안 대주주의 거수기 역할에 그쳤던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게 여당과 시민단체들의 인식이다.


실제로 '대주주 3% 의결권 제한'이 주주총회에서 위력을 발휘한 일이 있다. 지난 2017년 효성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측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된 바 있다. 당시 조현준 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6.97%였지만 이 '3% 룰'로 인해 과반 찬성표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당시 사외이사들이 긴 기간동안 재임하면서 이사회 독립성 우려가 제기됐고, 이에 소액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부결됐다.


그러나 이 룰로 효성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거나 해외투기자본의 표적이 된 일은 없다.


또한 감사위원에게 회사경영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이사회 다수 의견을 뒤집을 정도의 영향력은 아니라는 지적에도 힘이 실린다.


다중대표소송제도 마찬가지다. 비상장회사 주식 전체의 100분의 1을 보유한 주주 또는 상장회사 전체 지분 중 1만분의 1을 보유한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주주의 손해가 아니라 회사의 피해를 보전하라는 소송'이어서 직접적 이익이 없는 주주들이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 법을 입법예고하며 한 기자회견에서도 "이사가 불법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있어야만 가능할 정도로 소송요건이 까다롭다"며 "현재도 운영되고 있는 대표소송제를 활용한 소송건수도 많아야 1년에 1~3건 정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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