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주사를 맞은 뒤 알수없는 원인으로 숨지는 일이 최근 잇따라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독감 백신 접종 이후 9명이 수일 내 사망했다. 지난 14일 인천지역 고등학생이 독감 백신을 무료 접종하고 16일 사망한 데 이어 경기도와 전북과 대전, 제주, 대구 등에서 잇따라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의 원인이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공통분모는 독감 백신을 접종한 수일 내 사망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련 관련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심지어는 백신 접종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 등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간 9명 사망… 공통분모도 없다
지난 14일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17세 고등학생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독감백신을 무료로 접종했다. 이 백신은 국가조달물량 백신으로 신성약품의 컨소시엄 업체에서 배송한 제품이었다. 이 학생은 백신을 접종 전후 특별한 증상은 없었지만, 이틀 후인 16일 오전 사망했다.
질병청은 이 학생이 백신 접종 전후 알레르기 비염 외 특별한 지병이나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병원에서 동일한 날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을 접종한 32명에게서는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백신 접종과 사망간 관련성은 적어보인다"며 '사인미상' 취지의 1차 구두소견을 냈다.
이어 19일 동네 한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전북 고창의 70대 주민이 그 다음날인 20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주민이 접종한 백신은 '보령플루Ⅷ테트라백신주'(제조번호 A14720016)로, 인천 학생이 접종한 백신과는 다른 제품이다.
다만 이 주민은 혈압약을 복용했고, 고혈압과 당뇨 등의 지병을 앓고 있었다.
20일에는 대전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80대 남성이 백신접종 5시간만에 사망했다. 이 남성이 접종한 백신은 '코박스인플루4가PF주'다.
21일에는 사망자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제주도에서 60대 남성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데 이어, 대구에서 70대 남성이 숨을 거뒀다. 제주도 남성은 고혈압 등의, 대구 사망자는 파킨슨병과 만성 폐쇄성폐질환 등의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어 광명시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서울 시민 1명과 고양시 의료기관에서 접종한 1명(보령플루백신 테트라백신주 접종)이 사망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보고된 사망 사례 9건 중 8건에 대해 역학조사와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등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독감백신 부작용 '아나필락시스 쇼크' 가능성
독감 백신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아나필락시스 쇼크'와 '길랭-바레 증후군' 등이 거론된다. 특히 이번 사망사고 중 2건은 아나필락시스 쇼크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은경 청장은 "사망 사례 중 2건은 아나필락시스 쇼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나머지 신고사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부검 결과와 의무기록 조사 등 추가 조사를 통해 인과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아나필릭시스 쇼크는 특정한 음식이나 약품 등이 섭취하거나 신체에 접촉했을 때 일정 시간 후에 호흡곤란 또는 혈압저하 등이 발생하는 중증 알레르기 질환이다.
벌에 쏘여 갑작스레 사망하거나 특정 음식을 먹고 병원으로 실려가는 일 등이 대표적이다.
길랭-바레 증후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병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말초신경이 손상돼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만명 당 1명 빈도로 발병하는 희귀병이다.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인플루엔자 백신에 의해 발병한 적이 있다. 지난 1976년 돼지 인플루엔자 유행 후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후 길랭-바레 증후군이 발생한 사례가 있고, 접종자 100만명 중 8.8건 빈도로 합병증을 일으켰다는 보고도 있다.
다만 국내에서 백신 접종 뒤 사망한 사례는 2009년 이후 25건이 신고됐고, 이 중 24건의 사인은 대부분 기저질환의 의한 것이었다.
나머지 1건은 2010년 '밀러-피셔 증후군'으로 사망한 60대 여성으로, 독감 백신 예방접종으로 인한 이상반응 관련 합병증으로 유일하게 피해보상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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