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2003년과 2020년] 바뀌지 않는 직언과 정치

한미래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2 18: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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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찰총장이 이렇게 주목을 받은 적이 있을까.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인 대검찰청의 수장으로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대검찰청 국정감사는 경기도 국정감사와 함께 이번 국정감사에서 가장 많은 이슈가 됐다. 상대가 여권 대권후보 중 하나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인 것을 감안하면, 임명직 공무원인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로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그는 지난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와 상황과 배경은 달라졌지만 '정부압력에 굴하지 않는 강단있는 검사'라는 그의 평판은 그대로였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대검찰청)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대검찰청)



2013년의 윤석열… '윤석열의 난'을 일으키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지난 2013년 당시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수사와 관련해 검찰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직원을 체포했다. 그 해에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그는 수사외압을 폭로하며 선배검사인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설전을 벌였다.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 '5ㆍ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사 역할을 한 학생.


1999년 박희원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한 검사.


노무현 대통령 대선자금 수사와 이명박 대통령 BBK 특검에 모두 참여한 검사.


강단있는 수사로 굵직굵직한 사건을 맡았던 윤 총장은 수사외압을 폭로한 이 '윤석열의 난'으로 이후 한직을 전전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부당한 외압에 굴하지 않는 '강직한 검사'의 표상처럼 되어 버렸고,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별수사팀으로 다시 주목받는 검사로 복귀한다.


이 수사로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졌고,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서울중앙지검으로 깜짝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2020년의 윤석열… "바뀌지 않는건 정치 뿐"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7년 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같은 검사가 출석한 국정감사이지만 비판하는 곳과 방어하는 곳이 완전히 뒤바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대립날을 세우던 윤 총장은 작심하고 발언을 쏟아냈고,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을, 국민의힘은 옹호의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를 두고 윤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부 야당 정치인 수사와 비교하며 그를 '정치 검사'로 몰아세우고 있다.


절정은 추미애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다. 추 장관은 취임 후 9개월이 채 안되서 두 번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이른바 '윤 라인'을 배제한 검찰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윤 총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을 겨냥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라임 로비 부실 수사를 근거로 발동된 수사지휘권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고, 특히 법무부의 감찰결과를 '중상모략'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7년 전 국정감사에서, 또한 지난해 7월 열렸던 윤 총장 인사청문회에서 그를 적극 비호했던 민주당 의원들의 맹공이 쏟아졌다. 특히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비판한 박범계 민주당 의원에게는 "과거의 저에 대해서는 안그렇지 않았느냐"며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7년 전 '정치검사'라고 그를 비판했던 야당이 그를 비호하고 나섰다. 그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산 권력을 수사하면 좌천되느냐"는 질문에 "과거에 나 자신도 경험한 적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이런 부분은 과거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월 추 장관 이후 인사에 대해 '노골적'이라고 표현한 윤 총장은 "정치와 사법이라고 하는 것이 크게 바뀌는 것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강직한 검사'가 정치적 잣대에 따라 비판의 대상이 됐다가 또는 칭찬의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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