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의 '미(美) 점령군' 발언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까지 비판에 합류했다.
이 전 대표는 5일 CBS 라디어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학술적으로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치는 말이 미칠 파장까지도 생각해 보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도자는 자기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며 "당에 많은 의원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이 전 대표는 이 지사가 시원하고 솔직해서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것의 진면목이 무엇이었는지가 차츰 드러날 것"이라며 견제했다.
이외에도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역남 역차별' 발언에 대해서 "그 발언도 문제지만, 본인의 공개적 해명이 거짓이라는 것도 못지않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셀프 역사 왜곡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앞서 지난 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 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에 대해 "셀프 역사 왜곡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윤 전 총장은 SNS를 통해 "온 국민의 귀를 의심하게 하는 주장"이라며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황당무계한 망언을 집권 세력의 차기 유력 후보인 이 지사도 이어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그들은 대한민국이 수치스럽고 더러운 탄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며 "국정을 장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다음 정권까지 노리고 있는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6·25 전쟁 당시 희생된 수만 명의 미군과 유엔군은 점령지를 지키기 위해 불의한 전쟁에 동원된 사람들이냐. 죽고 다친 수많은 국군 장병과 일반 국민들은 친일파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싸웠냐"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역사의 단편만을 부각해 맥락을 무시하는 세력은 국민들의 성취에 기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권위주의 정권을 청산하고 민주화를 달성한 국민들과 뒤섞여 '더 열심히 싸운 민주투사'로 둔갑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대한민국을 잘못된 이념을 추종하는 국가로 탈바꿈시키려 한다"며 "시장을 부정하는 주택정책과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이 모두 잘못된 이념에 취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념에 취해 국민 의식을 갈라치고 고통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 지사 등의 언행은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사와 외교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국제사회와 연대하겠다"며 "상식을 파괴하는 세력이 더이상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조국 "점령군 표현 역사적 사실"
이 같은 윤 전 총장의 맹비난에 이 지사는 "제 발언을 왜곡 조작한 구태, 색깔 공세가 안타깝다"며 반박했다.
이 지사는 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을 마친 후 "해방 후 미군이 38선 이남을 점령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이승만 대통령도 썼던 표현"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SNS를 통해서도 "저는 북한 진주 소련군이 해방군이라고 생각한 일도 없고 그렇게 표현한 바도 없다"면서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구태 색깔 공세라니 참 아쉽다. 국정이라는 것이 20∼30권 전문서적으로 공부하는 사법고시와 달리 영역과 분량이 방대해 열심히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이날 SNS를 통해 "해방 직후 미군과 소련군이 남북한을 각각 '점령'했음은 역사적 사실"라며 윤 전 총장에 맞섰다.
조 전 장관은 "1945년 9월 7일 맥아더 미 극동군사령관 포고령 1호. '본관이 지휘하는 전승국은 금일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 영토를 점령한다'"고 적었다.
이어 "1945년 9월 20일 소련군 최고 사령관이 극동사령관 및 제25군에 내린 지령에 '적군의 군대에 의한 북한의 점령과 관련해 최고 사령관과 상부는 다음과 같은 점을 지침으로 삼도록 명령한다'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은 "국민의힘 및 유력 대선 후보 윤석열씨, 그리고 수구 언론은 역사적 사실을 '색깔' 공세의 소재로 써 먹는다. 퇴행적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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